'더 글로리' 문동은 따라하면 통쾌할 수 있지만 감옥행 솜방망이 처벌에 '사적 복수' 열광 돈을 채우지 못하면 마약 투약 사실을 알리겠다며 압박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복수극에서만 가능
사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과는 좀 다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난다는 것이 문제다. 법이 있는데 법 대센 뭔가를 하려다 보면 오히려 불법이 되고,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걸 해결할 수 있는 건 안타깝지만 법적 조치 뿐이라는 것이겠다. 어쨌든 같이 죽자는 거랑 다름 없다고 봐야 한다.
통쾌할 수는 있지만 범죄자가 되어버리고,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소설이나, 만화나, 드라마는 그걸 뛰어넘을 수 있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는 것인데, 그래서 어려운 것 같다. 법을 알면 피할 수 있고, 법을 모르면 무식하게 걸려드는 것이겠다.
드라마를 현실과 동일하게 만들라는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자 어려움이라 생각한다. 그저 통쾌하면 그만이기도 하지만, 잘못된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준다면, 그걸 오해하거나, 곡해하지 않도록 알리는 책임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시청자의 수준이 올라가야 한다고 본다. 책도 읽고, 만화도 보고, 다양한 문화를 향유해보면 좋을 것 같다.
'더 글로리' 문동은 따라하면 감옥행…솜방망이 처벌에 '사적 복수' 열광
뉴스12023.03.14 05:30
최종수정2023.03.14 06:36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넷플릭스 제공)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보름 줄게, 거기에 현금 꽉 채워놓고 내 전화 기다려. 달러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주인공 문동은이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 이사라에게 가방을 툭 던지며 돈을 채우라고 요구한다. 돈을 채우지 못하면 마약 투약 사실을 알리겠다며 압박한다.
문동은은 '이모님' 강현남을 내세워 최혜정의 뒤를 밟고 화장실에서 핸드폰을 바꿔치기한다. 또 학교재단 이사장에게 미행 사진과 상속 유언장을 내보이며 학교폭력 가해자 딸의 담임으로 발령해달라고 요구한다.
18년 동안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낸 학폭 피해자 문동은의 철저한 복수극이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얻고 있다. 더 글로리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톱TV쇼' 부문에서 전세계 2위를 기록하는 등 '사이다 복수'를 보여주며 K-복수극이 전세계에서도 통했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드라마와 달리 현실에서 더 글로리에 나온 복수극을 모방하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드라마 제목처럼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복수를 통해 영광을 되찾는 것은 극에서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앞서 나온 문동은이 이사라에게 신고를 빌미로 돈을 채우라고 하는 것은 공갈죄에 해당할 수 있다. 핸드폰 바꿔치기나 미행은 각각 절도죄·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스토킹처벌법이 성립할 수 있다. 한순간에 학폭 피해자에서 형사 처벌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학폭이나 왕따를 당한 자녀를 위해 보복에 나선 학부모들의 처벌 사례도 잇따른다.
울산지법 형사1단독(오창섭 판사)은 2017년 3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등 위반으로 기소된 학부모 A씨 등 피고인들에게 최소 벌금 500만원에 최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조직폭력배들에게 자신의 딸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어 보복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A씨는 조폭들과 함께 딸이 다니는 중학교에 찾아가 문신을 드러내며 위세를 과시했다.
이들 일당은 수업 중인 교실에 들어가 소리를 치며 가해 학생들을 모아 교무실에 내려오게 한 뒤 무릎을 꿇게 했다. 재판부는 1시간 이상 학교 수업에 방해를 가하고, 가해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충격을 받았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했다.
최근에는 자신의 딸이 같은반 학생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해 우는 모습을 보고 가해 학생이 다니는 학원에 찾아가 "다시는 내 딸에게 말도 걸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호통친 40대 모친이 벌금 1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가해 학생 B양은 실제로 모친의 딸 C양을 괴롭혀 학폭대책심의위원회에서 서면 사과, 접촉 금지 등 징계를 받은 학폭 가해자였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아동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이같이 앙심을 품고 학폭 가해자로부터 받은 피해를 되갚는 '사적 복수'는 현실에서 먹히지 않는다. 하지만 학폭 복수극이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것은 잇따른 학교폭력에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응답률은 1.7%(5만4000여명)로, 전년도(2021년) 대비 0.6%p 증가했다.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이 41.8%로 모든 학교에서 가장 높았고, 초·중학교는 '신체 폭력', 고등학교는 '집단 따돌림'이 그 다음으로 많았다.
형사 처벌로 넘어가기 전 과정인 학교폭력심의위원회 개최도 제때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교육부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17개 시·도의 학폭위 심의 건수는 1만63건으로 이중 3004건(29.9%)이 정해진 기한(4주) 이후에 심의됐다. 서울의 경우 유일하게 절반 이상(70.9%)이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국내 1호 학교폭력전문 변호사인 노윤호 변호사는 "학폭 가해자에 대해 가벼운 처벌에 그치는 사례가 많아 대중들이 문동은의 사적 복수에 열광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온라인에 '학폭 미투'를 올리는 것 외에는 본인들의 피해를 보상받을 마땅한 방법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졸업 후에 연락처를 수소문해 가해자에게 사과를 요구해도 '나는 기억이 없다', '증거 갖고 와라'며 발뺌하는 가해자들도 적지 않다"며 "드라마 배경인 2004년에는 학교마다 학폭위나 징계 체계도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았을 때여서 '그냥 참고 넘어가자'는 인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과거보다는 '학폭 미투'라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됐고, 학교폭력에 대한 개념도 어느 정도 정립됐다"며 "학폭 신고 시 교육지원청에 48시간 이내로 보고가 의무화돼 있고, 24시간 열려 있는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용기를 내서 신고하는 것이 보호받은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신고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피해 학생들이 나중에 성인이 돼 학폭의 트라우마를 겪으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느낄 수 있다. 신고를 통해 사건이 마무리돼야 피해자들도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https://www.news1.kr/articles/?498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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